오랜만에 일을 하면서 현타가 오고 병원이 갑자기 감옥처럼 느껴지면서 숨이 막혔다. 짜증났다. 아침부터 ER신환이 올라왔고, 나는 항상 신환이 올 때마다 ER당직의에게 전화해서 알려줬다. 아직 8시가 되기 전이라 환자를 봤던 당직의에게 "환자 처방 선생님이 내는거 맞죠? 다른 쌤이 내나요? 환자 올라왔어요."이렇게 말을 했고 본인이 처방내겠다고 답을 했다. 그리고나서 다시 전화가 왔다. 아까 전화했던 간호사 누구냐고, 환자 처방내는걸 1년차도 아니고 3년차인 본인한테 확인하려고 전화를 하냐고 짜증을 내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혼내는 어투. 기가막혔지만 당황, 어이가 없고 바빠서 알았다고 하고 끊었다.
항상 이런식이다.이 사람이 어떤 일로 기분이 나빴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환자가 올라와서 전화를 하나 받았다고 의사는 간호사에게 이딴식으로 전화를 해도 되지만 이 사람이 이렇게 전화를 할 수 있었던건 전화를 건 사람이 간호사이기 때문이다. 다른 직종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전화를 하는가.
간호사는 의사가 처방을 잘못냈다고 짜증내는 경우가 있는가? 간호사들끼리 궁시렁하고 만다. 윗년차는 메세지만 보내고, 의사는 처방을 내지 않고 투약기록은 필요해서 결국엔 간호사가 대리 처방을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충을 백날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다. 그저 오늘 그인간의 기분이 좋지 않아 까칠하네 그정도?
잠깐 기분 나쁜 일로 끝낼 수 있지만 그동안 쌓인게 많았다. 왜 간호사는 모든 직종의 투정과 짜증과 책망을 들어주어야 하는가?암묵적인 이 룰은 언제부터 그랬지. 의사 1-2년차가 차지쌤에게, 수쌤에게 화를 내는 것도 본적이 있다. 하지만 항상 간호사들은 가만히 있는다.이해할 수가 없다. 왜 의사가 잘못 낸 처방을 그대로 수행하면 간호사 탓이고, 처방을 제 때 내지 않는 것도 간호사 탓이고, 그래서 처방이 필요하다고 전화해도 어디 간호사가 전화질이냐고 짜증을 듣는걸까. 나는 왜 아무말을 하지 못했을까.
모든게 좋게 좋게 넘어가는 게 가장 좋은 것이다. 나도 알고 있다. 적당히 균형을 맞춰가며 적당히 눈치봐가면서 내 범위안에서의 일만 하자. 하지만 다음번에는 당황하지 말고 내 할말을 하자. 누군가가 후배에게 필요이상의 화를 내고 꾸짖고 있다면 내버려두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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