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일을 돌이켜보면 모든게 엉망이었다.
오늘은 병원 밥이 맛이 없어서 컵라면을 먹으려고 물을 받아두고 기다렸다가 열어봤는데
라면이 딱딱했다. 컵라면 용기는 차가웠다. 찬물을 부어두고 기다렸던 것이다. 서둘러 전자렌지에 넣고 돌렸다.
살면서 단 한번도 안한 실수들이 계속되고 있다.
어제는 친구와 감정조절이 되지 않아서 싸웠다.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들을 했다.
엊그제는 새로운 핸드폰 케이스와 함께 전자파 차단 필름을 샀는데 케이스를 바꾸면서 차단 필름을 그 봉지에 두고 버렸다.
케이스보다 더 비싼 필름을 그냥 버려버렸다.
이렇게 멍청한 인간이 아니었는데,
최근 일주일 혹은 2-3주를 돌이켜보면 기분이 가라앉고 삶의 활력이 사라졌다.
다시 시작되었다.
또
불만족스러운 직업탓이 시작되는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냥 그런 하루는 지나갔고 내일은 더 힘들겠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정상적이지 못한 내 모습에 있었다.
최근 8주정도 나이트 근무를 하지 않았던 나날들이 있었는데 그때의 내 모습을 정상으로 인식하니까
지금의 멍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비정상이 되었다.
나이트를 하지 않았을 때는 내 사회생활에 반성도 하게 되면서 앞으로 잘해야지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긍정적인 기분도 타인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다.
요즘 건강검진을 해야해서 문진표를 작성하는데
3교대 근무자는 수면장애관련된 문진표가 있다. 3년차때쯤 잠을 제대로 못자서 솔직하게 작성했는데,
의사가 그러더라 "점수가 높네요? 점수 높으면 또 작성해야하는게 있어요. 어차피 진료는 개별로 받아야해요."
형식적으로 하는 검진이니까 형식적으로 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번 건강검진 문진표에는 우울증도 포함되어 있었다.
점점 줄어가는 개인적인 일상생활과 사회생활로 상담도 받아봤고 우울한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지는 않았다. 나는 이 증상이 퇴사를 하면 단번에 사라질것을 알고있다.
몇일만 병원을 가지 않아도 달라진다. 오랜 휴식 후 병원에 돌아오면 몇시간 동안 적응을 하지 못한다.
빡빡하고 항상 쫓기는 공간, 아쉽게도 나는 이 공간에서 나름 정답게 일하는 방법을 터득하는데 실패했다.
지금까지 일해온 내 동기들과 선배들은 나름 적응한 것을 나는 할 수 없었다.
그나마 첫 병동에서의 강렬했던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어서 그런거라고 핑계를 댔었는데
한번의 로테이션을 경험한 지금은 그런 말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다.
교대 근무자, 수면 장애 및 우울 위험 높아지는 원인은?

수면은 일주기리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3교대 간호사로 일을 했다.
알바를 제외하면 단 한번도 3교대를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단 8주의 나이트 없는 생활을 경험해보니 더이상 나이트를 지속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년은 병동에 적응을 해보려던 계획은 다시 갈길을 잃었다.
당장 하루하루의 출근이 고비다. 이렇게 출근을 하다보면 무뎌질것을 알고는 있다. 무기력하게 출근을 반복할 수는 있겠지만 그 생활이 계속 필요할지 모르겠다.

3교대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는 3교대를 하는 기업들은 "주야비휴" 이 방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간호사의 야간근무 후 쉬는 날은 개인의 off를 사용한다. 병원마다 일정 N개수를 하면 "비"와 같은 off를 주는 곳들이 있고
그건 다양하지만 대부분 한달에 한개쯤 나올까말까이다.
외국간호사들을 예로 든다면 한국은 외국간호사들 처럼 1인당 환자수를 정해두고 있지도 않고, 간호사 일 외의 많은 업무들을 떠넘겨 수행하고, 오버타임도 당당하게 승인받지 못한다. 이런 점들만 외국과 같은게 참 서럽다.
한국 간호사들이 좀 더 간호계만 있는게 아니라 다른 직군과도 교류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가스라이팅 당해서 "다들 이렇게 살아", "이게 다 환자를 위한거야." 이런 말들을 서로 하면서 분을 삭이는 모습들을 외부에서는 정말 이해하지 못한다.
뚜렷한 방법이 없어서 다들 참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서로를 죽이는 행동을 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정작 나는 공부를 해야하는데 몸도 마음도 좋지 않았다.
이렇게 버텨보는게 도움이 될지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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